땀 흘리는 즐거움 누구나 남 다른 인생

어제는 두 달 만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모든 수치가 양호했다. 특기할 만한 일은 체중이 두 달 전에 비해 4kg 줄어 적정체중이 되었고 간수치가 전부 반으로 떨어졌다. 체중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줄었다. 최근엔 전보다 더 많이 먹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체중은 줄었지만 몸은 더 단단해졌고 허벅지는 오히려 더 굵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혈색이 참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다 운동 덕분이다. 정확하게는 탁구 덕분이다.

 

탁구 치러 다시 나간 지 두 달 반 되었다. 대개 평일 오후 4시부터 630분까지는 탁구장에서 산다. 처음 30분은 슬슬 몸을 풀고 두 시간 정도는 집중해서 친다. 물론 힘들면 중간 중간 휴식한다. 게임은 멤버가 부족할 때만 복식으로 몇 세트 하고 대부분 그냥 포핸드 롱 스트로크 랠리다. 사람 가리지 않고 아무나 같이 친다. 완전초보와도 기꺼이 친다. 대신 누구와 치든 자세를 제대로 잡고 집중해서 정확하게 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초보와 쳐도 땀이 쫙 난다.

 

초보들 공은 구질, 방향, 세기가 제각각이다. 그걸 최대한 정확하게 받으려고 집중한다. 발을 많이 움직이고 정확한 스윙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무릎을 꼭 굽히고 가슴과 허리를 펴고 어깨 힘 빼는데 신경을 쓴다. 초보들은 당연히 나랑 치는 걸 좋아한다. 편하게 칠 수 있도록 공도 일정하게 넘겨줄 뿐만 아니라 폼이 좋아서 따라 치기 좋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것 같아 따로 조언을 하진 않는데 그냥 함께 치면서 보고 배우는 게 있나보다. 거짓말 좀 보태 초보들이 나랑 치고 싶어 줄을 선다. 재미도 없는 자기들과 쳐준다고 정말 고마워하는데 사실은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내 자세와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희열을 맛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덕분인지 사상 최고로 더웠다는 올 여름은 별로 더운 줄 모르고 넘어갔다. 밤에 잠도 잘 오고 소화도 잘 된다. 가을엔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곤 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딱 하나 문제는 탁구치고 나면 녹초가 돼 아무것도 못한다는 점이다. 샤워하고 저녁 먹고 나면 그냥 뻗는다. 편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스포츠 중계나 탁구동영상을 보며 지낸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팍 줄었다. 그렇다고 탁구를 줄일 수는 없다. 하루 쉬면 바로 몸이 찌뿌등하다. 운동 많이 하는 사람들 얘기가 처음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활력과 여유가 생길 거라고 한다. 그래서 일단 당분간은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인류는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털이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털이 많은 유인원 종류와도 또 다르다. 왜 털이 없을까? 여러 학설이 있지만 체온조절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털이 있는 짐승들은 대부분 모낭과 땀샘이 같이 있는데 인간의 피부는 모낭 이외에도 피부표면에 땀샘이 따로 골고루 분포해 있다고 한다. 인류가 주로 뜨거운 태양 아래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생존방식을 통해 진화해왔기 때문에 체온조절의 필요성이 중요해져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훨씬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몹쓸 병이 들기 전 십 년 정도 땀을 안 흘리고 살았다. 하루 종일 앉아서 운동 안 하니 땀 흘릴 일이 없었다. 완벽히 자연을 거스르는 생활방식을 가졌던 셈이다. 그러니 면역이상이라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 생기게 된 게 아닐까! 그것이 간 이식이라는 고통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탁구 하나만 겨우 하는 일상이지만 이게 몸에는 제대로 된 삶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밥을 벌기 위해 땀을 흘리면 더 좋겠지만 도시에 사는 책상물림에겐 무망한 일이다. 운동이라도 해서 땀을 흘리니 몸과 마음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러다 보면 밥을 벌 힘도 생기겠지! 땀 흘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요즘이다.


타구장 기인열전-탁신 자작단편소설


“어머! 이걸 어째?”

40대 후반 L여사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탁구장 관장은 로커(locker) 쪽을 돌아보았다. L여사가 개인 로커를 열어놓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반 첫 손님이다. 이제 막 탁구장에 들어서던 다른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인사할 생각도 못하고 L여사를 바라봤다. 관장이 자리에서 일어서 그 쪽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L여사님, 왜? 왜 그러세요?”

“관장님, 이거 보세요. 제 라카가 텅 비었어요!”

“어! 그러네. 원래 뭘 넣어놓으셨어요?”

“라켓하고 운동화요. 공도 몇 개 있었는데 누가 싹 훔쳐갔나 봐! 어쩜 좋아요?”

30분도 안 돼 탁구장 안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똑같은 일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로커가 비어 있었다. 없어진 물건도 거의 탁구라켓과 탁구화 등 탁구용품들이다. 도둑이 든 게 분명했다. 오랜 된 탁구클럽이라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탁구장 문은 번호로 여는 전자키다. 관장이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어 회원들이 문을 열기도 한다. 어젯밤 관장은 분명 탁구장을 정리하고 문을 잠그고 퇴근했었다. 누군가 번호를 아는 자의 소행이다.

탁구 라켓이나 운동화는 별 거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꽤 고가의 용품들이다. 라켓이나 운동화 모두 쓸 만한 것들은 2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중고로 팔아도 꽤 돈이 된다. 그렇다고 남들이 쓰던 용품을 훔쳐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다들 황당해한다. 탁구도 칠 수 없게 됐다. 관장은 일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서 조사를 나왔지만 범인이 남긴 흔적은 찾지 못했다. 로커도 번호로 여는 방식인데 강제로 뜯은 흔적은 없었다. 로커 역시 번호를 알고 연 것이다. 아마 로커를 열 때 몰래 보고 번호를 외운 게 분명했다. 탁구장을 잘 아는 회원 중 누군가가 범인이다.

범인은 삼일도 지나지 않아 저절로 밝혀졌다. 한 사람이 삼 일 전부터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별명은 “탁신”이었다. “탁구의 신”의 줄임말이다. 놀랍게도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몰랐고 어디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심지어 전화번호조차 알지 못했다. 처음 회원으로 가입할 때 썼던 이름과 전화번호는 모두 엉터리였다. 다들 그저 “김사장”으로만 알고 있었고 별명인 “탁신”이 더 익숙했다.

탁신은 삼 개월 전부터 클럽에 나오기 시작했다. 40대 중후반 쯤 됐을까? 훤칠한 키에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매는 운동으로 다져진 게 분명했다. 얼굴도 잘 생겼지만 인상이 참 좋았다. 늘 웃는 얼굴이고 인사성 밝고 매너도 더할 나위 없었다. 오자마자 여성회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외모나 성격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탁구를 잘 쳤기 때문이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데 어려서부터 중국에 드나들며 탁구를 배웠다고 했다. 관장을 빼곤 그를 이길 사람이 없었다. 회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관장과 벌인 게임에서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관장을 그만큼 몰아 부친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관장도 탁신의 실력을 인정했다. 그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탁신이 됐다.

탁신은 관장 보는 데서 건방지게 하수들을 가르치거나 하지 않았다. 하수라고 무시하는 법도 없었다. 아무나 원하면 아무리 초보라도 공을 받아주고 친절하게 아주 잘못된 자세나 슬쩍 지적해줄 정도였다. 게임도 피하지 않았는데 당할 사람이 없었다. 탁신한테는 져도 기분이 좋았다. 정통파인데다 게임할 때도 매너가 정말 좋았다. 좀 친다하는 회원들이 탁신과 치고 싶어 줄을 섰었다. 특히 여성회원들이 열광했는데 워낙 잘 생기고 매너 좋고 탁구도 잘 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랬던 탁신이 모든 정황상 범인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그 때까지도 설마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경찰은 일단 인상착의로 범인을 수배해보겠지만 대개 이런 경우 찾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오래 준비해 털어갔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 동안 깜빡 속았다는 사실에 다함께 놀라고 의아해했다. 그 탁구용품을 다 합쳐 중고시장에 판다고 해봐야 얼마나 될까? 아무리 많이 쳐줘도 2~3백만 원이 안 될 것이다. 그걸 위해서 삼 개월을 공을 들여 사람들을 속였단 말인가? 더구나 그렇게 훌륭한 탁구실력과 나무랄 데 없는 외모와 언행까지 갖춘 사람이!

“아무튼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경찰이 조사를 마치고 탁구장을 나서려던 순간,

“저....잠깐만요! 저....”

처음 빈 로커를 발견했던 L여사였다.

“예, 말씀하세요. 뭐 더 하실 말씀이라도?”

한동안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던 L여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예,....사실은...그 사람이 저한테 돈을 빌려갔거든요.”

“예!! 아니 그걸 왜 이제 말씀하세요? 얼마나요?”

“아니...큰돈도 아니고.. 저도 아까는 뭐가 뭔지 몰라서....”

“자세하게 말씀해 보세요?”

일주일 전에 탁구장 관비를 내야 하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며 관비를 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 안 되고(15만 원) 바로 갚겠다고 해서 빌려주었는데 며칠 째 안 갚았지만 설마하고 닦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깜빡했겠지 싶어 이번 주에도 안 갚으면 얘길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아이고! 나도 당했네! 나도!”

L여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여성회원들 거의 전부가 같은 일을 당했다고 떠들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각자 빌려 준 날짜는 달랐지만 모두 지난 일주일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그제야 다들 혹시나 이상하게 볼까봐 미처 얘기를 못했다고 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피해자만 얼추 20여명이 넘는다. 다 탁신과 한 게임 하고 싶어 안달하던 탁구깨나 치는 여성회원들이었다.

그 후 몇 달이 지나도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관장은 탁구장 여기저기에 CCTV를 달고 “로커에는 탁구 라켓 등 귀중품을 두지 마세요.”라고 크게 써 붙였다. 탁신은 누구였을까? 그 정도 탁구 실력이면 어디 가서 레슨을 해도 그 정도 돈은 벌겠건만 왜 그런 짓을 하고 다닐까? 혹시 훔친 물건들은 진짜 중국에 가져다 파는 걸까? 사건 이후 탁구장 회원들은 왠지 어색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서로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 특히 새로 누가 오면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래도 가끔 탁신의 기가 막힌 탁구실력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술보)

과연 오성과 한음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나? 곰곰 생각해 보자

오성과 한음은 죽마고우의 대명사다.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변함없는 우정을 나눈 대표적인 우리나라 역사 인물로 두 사람이 첫손 꼽힌다. 두 사람이 어릴 때 온갖 기발한 장난을 쳤거나 어른을 탄복시키는 기지(機智)를 발휘한 이야기들은 차고 넘친다. 두 사람의 어릴 적 일화들은 지금도 아동용 책으로 수없이 만들어져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릴 때 서로 몰랐다면?

오성(鰲城) 혹은 백사(白沙) 이항복(李恒福)의 출생연도는 1556년(명종11년)이고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의 출생연도는 1561년(명종16년)이다. 일단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다섯 살이나 난다는 사실이 뜻밖이다. 어릴 때 다섯 살이면 큰 차이다. 같이 어울려 놀기엔 나이 차이가 꽤 크다. 다섯 살과 열 살, 혹은 열 살과 열다섯 살이 같이 노는 걸 상상해보면 된다. 이거 뭔가 이상하다!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이 어울려 놀 수도 있지 않았을까? 뭐 그럴 수 있다. 오성은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손에 자라면서 어려 한때 부랑아들의 우두머리였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어머니의 간곡한 훈육에 개과천선해 학문에 전념해 성균관에 들어갔다고 한다. 반면 한음 이덕형은 어려서부터 수재였고 모범생이었다. 열아홉 살에 과거에 급제할 정도였으니 조숙했다고 할 수 있다. 나이 들도록 철없이 살던 오성과 유달리 조숙한 한음이라면 서로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둘이 절대 친구가 될 순 없다고 장담하긴 어렵겠다.

그러면 일단 둘이 같은 지역에 살기는 했을까? 오성이 태어난 곳은 서울 서부(西部) 양생방(養生坊, 지금 남창동ㆍ서소문동ㆍ태평로ㆍ남대문로 일대)이다. 본가는 포천이다. 반면 한음의 출생지는 서울 남부(南部) 성명방(誠明坊, 지금의 을지로·충무로·남대문로 일대)의 외가에서 태어났다. 본가는 경기도 양평이다. 다만 한음의 외가 쪽 본가가 마침 포천이다. 어쩌면 두 사람이 어릴 때 마주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서울 안이라 해도 아이들이 이웃 동네까지 가서 놀기가 쉽지 않았겠지만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혹시 포천에서 만났을 수도 있다. 그래도 둘이 어릴 때 친구라기엔 영 찜찜하다. 오성과 한음의 우정을 다룬 설화엔 하나 같이 둘이 죽이 척척 맞는 명콤비처럼 나오는데 다섯 살 나이 차이가 아무래도 걸린다. 어릴 땐 오뉴월 하루 땡볕이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라고 해도 엄연히 동네가 다른데 매일 만나 놀았다고 보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럼 방향을 돌려 두 사람의 배경을 살펴보자.

오성 이항복은 경주 이씨에 서인(西人)에 속하는 사람이다. 반면 한음은 광주(廣州) 이씨에 동인(東人)에서 갈라진 남인(南人)의 일파였다. 한음이 어렸을 땐 동인에 속했었다. 즉, 두 사람은 배경 상으로는 서로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어린애들이 서인 동인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시엔 서로 내왕과 혼인도 안 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다. 어린애들이라고 해도 서로 어울려 놀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한다. 알면 알수록 점점 두 사람이 어릴 때부터 친구였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그런데 왜 두 사람이 죽마고우의 대명사처럼 온갖 설화에 등장하는 걸까? 둘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둘이 과거에 급제한 해가 마침 1580년(선조13년)으로 같다. 한음은 별시 문과에 급제했다. 같은 해 오성은 알성 문과에 병과로 급제해 승문원부정자가 되었다. 두 사람은 같은 시험은 아니었지만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해 벼슬을 받았다. 입사동기 쯤 된다고 보면 될까? 마침 두 사람은 이듬해 선조의 ≪강목 綱目≫ 강연(講筵)이 있었는데, 고문을 천거하라는 왕명에 따라 율곡 이이(李珥)가 추천한 5명에 나란히 천거되어 한림에 오르고, 내장고(內藏庫)의 ≪강목≫ 한 질씩을 하사받고 옥당에 들어갔다. 아마도 이때부터 두 사람의 우정이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당파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한 이불을 덮고 잘 만큼 돈독한 우정을 나누었으며 당파를 초월해 나라를 위해 협심했다고 한다. 나중에 한음이 죽자 오성이 직접 염(殮)을 했다고 하니 그 우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오성은 실록에도 장난을 좋아하고 익살과 기지가 뛰어난 사람으로 나오고 한음은 반듯한 수재형 인재로 나온다. 오성이 청백리로 이름을 날린데 반해 한음은 비교적 부유하게 살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여러 모로 스타일이 달랐지만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정사를 돌보았다.

물론 과거 급제 이전에도 두 사람이 서로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나중에 인조반정의 주역이 된 묵재(默齋) 이귀(李貴,1557년~1633년)가 같은 서인인 이항복과 소년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공교롭게도 한음과 동문수학한 사람이다. 묵재와 한음은 윤우신(尹又新)에게 함께 배웠다. 따라서 이귀를 통해 두 사람이 서로를 알고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서로 교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한음이 최소 10대 후반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혹시 이귀와 이항복의 어릴 때 일화가 오성과 한음의 일화로 바뀐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튼 두 사람의 당파를 초월한 우정은 당대에도 이미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훗날 두 사람을 우정의 상징으로 만들고 세간을 떠돌던 온갖 개구쟁이들 이야기나 우정의 설화들이 다 오성과 한음의 어릴 때 이야기로 둔갑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오성과 한음의 우정은 만고에 칭송받을 만큼 두터웠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이어져온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재미있고 교훈적인 어린 오성과 한음의 우정을 다룬 이야기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면 어떠랴만 이왕이면 진실은 진실대로 밝혀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어보았다.


약 오르면 하수다 누구나 남 다른 인생

탁구장에 60대 후반의 남자분이 계시다. 연세에 비해 젊어 보이고 탁구도 잘 치신다. 이 분이 유난히 승부욕이 강하시다. 지고는 못 산다. 게임 하다 지면, 이길 때까지 해서 기어이 이겨야 끝낼 정도로 근성이 있다. 내기도 좋아하신다. 그래봐야 탁구공 내기 정도지만 승부욕이 강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내가 오랜 만에 탁구장에 나왔을 때 새로 뵌 분인데 첫날 바로 성격을 파악해 그 동안 계속 피해왔다. 탁구 실력은 나보다 못하지만 요령이 좋고 임기응변이 강해 막상 단판승부로 붙으면 100%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승부야 져도 그만이고 장기적으로 게임을 하다보면 우열이야 갈리겠지만 승패보다 그 이후가 부담스러워 의도적으로 마주치지 않으려 했었다.

 

며칠 전 그 분과 어쩔 수 없이 함께 게임을 하게 되었다. 복식 멤버가 부족해 뒤로 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분과 같은 편이 되었다. 게임을 시작하고 조금 진행되니 아무래도 다행 쪽은 아닌 것 같았다. 초반에 내가 실수를 좀 했다. 몸이 덜 풀려 미세하게 엇박자가 나고 스윙이 흔들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분이 자꾸 내 시야와 진로를 가린다. 친하지도 않은데 뭐라고 하기 그래서 그냥 넘어간 게 실수였나?

 

내가 실수할 때마다 핀잔의 눈길을 보낸다. 이상하게 말로 핀잔 준 거보다 더 기분이 나빴다. 마치 자기보다 한참 하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표정인데 이게 묘하게 사람의 신경을 긁는다. 당신이 가려서 내가 대처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 억울하기도 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말할 타이밍을 놓쳐 이제와선 별 수 없다. 평소보다 좀 더 집중해 한 구 한 구 최선을 다했다.

 

나는 다행히 몸이 좀 풀리면서 제 실력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양반의 실수가 이어졌다. 그런데 자기가 실수한 건 그냥 웃고 넘어간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인데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나도 가끔 그러니까! 결국 게임은 우리가 졌다. 문제는 게임이 끝나고 나서인데 사람들 앞에서 상대팀 사람들에게 이러는 게 아닌가!

 

한 게임 더 해. 근데 이 친구가 약하니까 우리한테 핸디를 좀 줘.”

 

상대팀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한 명은 나와 동수(同數)고 한 명은 내가 4점 접어주고 치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뭔 황당한 소리냐 하는 표정이다. 내 파트너인 그 양반은 나와 동수인 상대팀 사람에게 4점 핸디를 받고 친다. 그러니 실력의 균형도 맞을뿐더러 하수가 할 소리는 아니다. 물론 그 양반은 내가 상대팀 에이스와 동수인 걸 모르고 하는 얘기다. 자기가 볼 땐 내가 자기보다 하수인 줄 알고 그러는 거다.

 

상대팀에서 말도 안 된다며 손을 내저어 서로 웃으며 그렇게 그냥 넘어갔는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생각 같아선 당장 둘이 개인전을 한 판 붙어 서열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꾹 눌러 참았다. 이럴 때 흥분한 마음으로 붙었다가 만에 하나 지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된다. 탁구라는 게 단기승부에서는 어떤 이변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미 심리적으로 무너진 상태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땐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상책이다. 아무 내색 안 하고 미소로 그 자리를 넘겼다.

 

어제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또 둘이 파트너가 되어 전에 그 팀을 상대하게 되었다. 평소 나는 승부욕도 약하지만 몸 상태를 생각해 설렁설렁 친 게 사실이다. 대개 복식을 치면 나와 동수인 상대팀 에이스와 나는 주로 공격을 안 하고 공을 어렵게 안 넘겨준다. 봐주는 건 아니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하수들과 섞여 치면서 재미있게 치기 위한 둘만의 암묵적인 합의다.

 

그런데 이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작심하고 제대로 한 번 쳐서 실력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내가 파트너보다 확실한 상수인 걸 알려주고 싶었다. !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상황은 최악이 되고 말았다. 작심하고 평소 복식에서 안 쓰던 강하고 어려운 서비스를 넣었더니 상대팀 하수가 당황해 얼떨결에 갖다 댄 공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튀어 엣지가 났다. 힘이 들어갔는지 내가 마음먹고 때린 스매싱은 네트를 맞고 아웃! 뭔가 꼬이기 시작하더니 상대팀의 행운도 이어졌다.

 

실력 증명은커녕 역시 하수군 하는 경멸의 눈초리가 꽂혀오자 당황하고 말았다. 여전히 내 파트너는 내 시야와 진로를 가린다. 내가 그걸 감안해 한 발 더 움직여 미리 돌아들며 겨우 받아 넘기는데 그 때마다 생기는 찬스에서 이 양반이 공격을 안 하고 오히려 찬스를 준다. 그 바람에 나는 이 쪽 저 쪽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받느라 정신없었다. 공격을 안 하니 내가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데 자세가 안 잡힌 상태에서 무리한 공격을 하다 보니 실수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통계를 내본다면 분명 내 파트너의 실수가 나보다 최소 64 이상으로 많았겠지만 기분 상 내가 실수한 게 훨씬 많게 느껴진다. 말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완전 똘똘 말려버리고 말았다. 또 졌다. 지난번보다 더 크게, 약간은 허무하게 패하고 말았다. 이거 이상하게 내가 스스로 하수임을 확인한 꼴이 되어 버렸다. 약이 바짝 올랐다.

 

어젯밤에 잠자리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심하게 느껴졌다. 내가 하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실력으로 압도하지 못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흥분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것도 내가 하수라는 증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정도! 오늘은 내가 진짜 하수인 걸 인정하고 겸손하게 마음을 비우고 숙이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고 탁구장에 갔다. 마침 그 분은 오늘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유별나게 평소보다 탁구가 잘 됐다. 내일은 그 분이 나오실까? 내일 또 꼬이면 어떡하지? 자신을 단련할 좋은 기회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술보 일기)

 


소발에 쥐 잡다 누구나 남 다른 인생


별일 없으면 대개 평일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는 탁구장에서 지낸다. 탁구는 지금 내 상황에 딱 알맞은 운동이다. 온몸을 쓰는 유산소운동으로 운동량이 상당하다. 한편, 운동은 해야 하지만 자칫 무리하면 안 되는 난감한 입장이라 운동량이 너무 많아도 문젠데 탁구는 알아서 조절하기 쉽다. 힘들면 언제든 중단할 수 있어 좋다. 실내스포츠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좋다. 가까워서 접근이 용이하고 비교적 저렴한 점도 장점이다.

시간대가 그래선지 그 시간엔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남자 고수는 거의 보기 어렵고 여자 고수도 드물다. 내가 가장 젊고 잘 치는 축에 든다. 어르신들은 내가 가면 좋아하신다. 아무리 초보라도 가능하면 상대해주기 때문이다. 춤 배울 땐 손 잡아주는 사람이, 탁구 배울 땐 공 받아주는 사람이 하느님이다! ^^

대개 한 분에 15분 정도씩 돌아가며 상대해 드린다. 어르신들이 알아서들 순서나 시간을 조절하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은 없다. 내가 간이식 수술 받은 걸 다들 아시기 때문에 힘들다 싶으면 언제든 중단하고 쉴 수 있다.

어르신들은 나한테 고마워하시지만 사실 나도 많은 도움이 된다. 초보나 하수의 공은 일정하지 않다. 코스나 구질이 들쭉날쭉 예측불허다. 어르신들은 잘못 쳤다고 미안해하시고 그런 공도 잘 받아 보내준다고 고마워하시지만 오히려 나는 그런 상황을 즐긴다. 불규칙한 공을 가능한 정확한 자세로 받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나는 공짜로 레슨 받는다고 생각하고 스텝훈련, 자세전환훈련의 기회로 삼는다.

게임은 가능한 피한다. 폼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게임 위주로 치다 보면 이기기 위한 요령만 늘어 자세가 엉망이 되기 쉽다. 비슷한 사람들과 게임하는 재미에 빠져 지내면 실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아니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가 더 많다. 시간 나면 나는 혼자 볼박스로 서브 연습을 하거나 거울을 보고 자세교정을 주로 한다. 진짜 센 공을 받아보고 싶거나 드라이브 같은 걸 연습하고 싶을 땐 머신을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른 게임을 하고 싶어 한다. 겨우 공을 좀 넘기게 되면 바로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주로 복식을 먼저 하는데 이건 초보라도 편을 잘 먹으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칠 수 있다. 그렇게 게임을 계속 하다 보면 서서히 우열이 갈린다. 자기만 실력이 안 늘고 자꾸 지면 짜증이 난다. 그럴 때 공부를 좀 하고 레슨도 받고 해야 느는데 대부분 그렇게 안 한다. 대개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두거나 다른 탁구장으로 옮긴다. 그래봐야 똑같은 반복인데……. 이긴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다. 그 사이 폼은 무너지고 안 좋은 습관이 고착돼 실력이 안 는다.

분기에 한 번씩 탁구장내 시합이 열린다. 이때는 각 시간대별로 흩어져 치던 탁구클럽멤버들이 대부분 참가해 조를 짜고 토너먼트를 벌인다. 대개 상, 중, 하로 별도의 조를 만들어 비슷한 실력들끼리 시합하게 안배한다. 며칠 전 그 시합이 열렸다. 나는 참가하지 않으려 했지만 마침 우리 시간대에 50대 후반의 남자분이 복식을 나가고 싶은데 적당한 짝이 없다며 같이 나가달라고 요청해 할 수 없이 참가하게 되었다.

그 분은 주로 게임을 많이 해 요령은 있는 편이지만 겨우 하급조를 면한 정도의 실력인데 중급조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내 몸 상태가 시합은 조금 무리다 싶었지만 그 분의 간곡한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참가신청을 하니 내가 오래 운동을 쉬기도 했고 가장 하수들이 많은 시간대에서 놀다보니 인지도가 낮아 기껏해야 중급조에서도 겨우 말석에 끼워준다. 그나마 남자고 젊은 편이라 봐준 셈이다. 우리 시간대의 어르신들도 내가 게임하는 걸 별로 본 적 없고 간혹 보더라도 그저 무난하게 넘겨주는 정도라 큰 기대들을 안 하시고 우리가 중급조에 참가하게 된 것만도 부러워하셨다.

시합 당일, 추첨을 하니 운 좋게 첫 판이 부전승이다. 속으로 체력이 달리는데 참 다행이다 싶었다. 부전승 덕분에 두 번째 판이 바로 준결승이다. 결과는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 게임 감각이 떨어져 초반에 미스를 좀 했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몸이 풀리면서 감각이 살아났다. 마침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팀에서 실수가 나와 이길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운이 좋았다고 다들 생각했다. 우리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다. 내 파트너분은 한 게임 이긴 것만도 좋아서 상기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결승에서 상대할 팀은 평소 우리가 우러러보는 고수들이었다. 아주 가끔 우리 시간대에 와서 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리는 감히 눈도 못 마주치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중급조라니 약간 사기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것도 한 명만 잘 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거의 엇비슷한 실력이라 가히 필승조였다. 초반 게임은 예상대로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아무래도 게임요령과 팀웍이 부족한 우리팀인지라 실수가 많았다. 특히 상대의 서브에 익숙하지 않아 쉽게 두 세트를 주고 말았다.

우리 둘은 어차피 질 거라면 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쳤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3세트 들어가자마자 내가 그동안 아껴두었던 비장의 서브를 넣었다. 동영상을 보며 혼자 열심히 연습했지만 실전에서 쓸 만큼 숙달된 서브는 아니었다. 다행히 두 번의 서브가 다 제대로 들어갔다. 상대가 당황하는 게 보였다. 그래선지 쉬운 공에도 어이없는 미스가 이어지더니 우리에겐 행운도 따랐다. 네트 맞고 넘어가거나 엣지가 나면서 3세트는 우리가 이겼다. 기세라는 게 있는지 접전 끝에 4세트도 이겼다.

그런데 4세트 후반쯤엔 상대팀이 내 비장의 서브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세트에 들어가니 리시브가 제대로 들어왔다. 점점 랠리가 길어지면서 우리의 열세가 짙어졌다. 역시 여기까지인가 싶을 때 마침 서브교체 타이밍이 되었다. 마지막 세트는 한쪽이 5점을 따면 다시 진영과 서브 순서를 바꾼다. 이게 행운을 불러왔다. 상대의 어이없는 실수와 우리의 엣지볼이 겹치면서 순식간에 듀스가 되었다.

고수들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긴장이 되는지 가장 안전한 작전으로 나왔다. 강한 커트 랠리! 아무래도 기량이 딸리는 쪽이 랠리가 길어지면 불리하다.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걸기엔 떨리는 상황이다. 상대는 우리가 드라이브를 걸 실력이 안 된다고 보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아예 우리 빽쪽으로 집요하게 강한 커트를 걸어왔다. 우리도 겨우 커트로 받아넘기기에 급급했다. 랠리가 이어질수록 초조해지는데 순간 내가 동영상을 보고 혼자 머릿속으로만 연습해보던 일명 '치키타'란 기술이 생각났다.

탁구대에 붙은 채로 빽쇼트 자세에서 라켓을 탁구대 밑으로 떨어뜨렸다가 손목만 잽싸게 돌려 라켓을 수직으로 부채처럼 회전시키는 기술이다. 그러면 강한 횡회전으로 커트볼의 역회전을 이겨 상대 코트에 낮고 빠르게 꽂히게 된다. 실전에 써본 적은 없었지만 순간 확신이 들었다. 공을 끝까지 보고 빠르게 돌렸다. 멋지게 작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대는 놀라 헛손질! 듀스 어드벤티지 상황에서 상대의 실수가 나왔다. 당황해서 그랬는지 로빙볼이 올라왔다. 찬스지만 사실 어려운 공이다. 하수들이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이기도 하다. 좋다고 달려들다간 헛손질하기 일쑤다.

침착하게 공을 기다렸다. 탁구대에 맞고 높게 튀어오르는 공! 미리 자세를 잡고 오른 다리에 힘을 주고 왼 다리를 살짝 들었다 놓으면서 오른팔을 크게 회전시키다가 상대가 내 어깨 모션을 간파하고 코스를 예측해 잡으러 뒤로 빠지는 걸 슬쩍 보고 약하게 톡 반대쪽으로 넘겼다. 완벽한 속임수!

꼴찌예상팀이 우승후보를 누른 순간이다. 우리 시간대 어르신들은 난리가 났다. 마치 자기가 이긴 것처럼 함께 기뻐해주셨다. 관장님과 고수들의 칭찬도 이어졌다. 이겨서 기분 좋기는 한데 이거 숨겨 둔 실력이 뽀록났다. 그래봐야 3~4부인데..흐흐..다음 주부터 좀 귀찮아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술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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