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쓰기-스토리와 플롯 시나리오 쓰기

스토리(story)와 플롯(plot)

 

 소재와 주제가 마련되고 결말이 정해졌으며 등장인물이 만들어졌다면 이제 드디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작가 입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같은 이야기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같은 우스개를 해도 이상하게 남들보다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죠. 반대로 같은 얘기도 이상하게 재미없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지요. 남보다 조리 있고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들 중 대표적인 사람들이 아나운서나 개그맨들이죠. 작가도 아나운서나 개그맨과 비슷한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그런 감각은 타고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시겠지요. 물론 타고 난 사람들은 좀 유리하겠지만 역시 오랜 세월 살아남으려면 타고 난 재능만으론 부족합니다. 재능이 있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무뎌지고 재능이 없어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예리하게 다듬을 수 있는 게 감각입니다. 이것은 역시 많이 써 보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직접 체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차차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선 먼저 스토리와 플롯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토리(story)나 플롯(plot)이나 다 우리말로 하면 ‘줄거리’란 뜻인데 실제 뜻은 좀 다릅니다. 스토리는 스크린 외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 줄거리 전체라면 플롯이란 스크린에 표현된 줄거리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일단 시간 순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홀어머니와 홀로 사는 노총각 나무꾼이 살았다.

2. 나무꾼이 어느 날 깊은 숲속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

3. 나무를 하던 나무꾼 앞에 상처 입은 사슴이 한 마리 나타나 도움을 요청했다.

4. 나무꾼은 사슴을 숨겨 주고 사냥꾼을 따돌린다.

5. 사슴은 고마움의 표시로 아무도 모르는 선녀들의 비밀을 알려준다.(날개옷의 비밀)

6. 사슴이 알려 준대로 나무꾼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연못으로 간다.

7. 나무꾼은 사슴이 알려 준대로 가장 예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춘다.

8. 날개옷을 잃어버려 하늘로 오르지 못한 선녀는 나무꾼을 따라 산을 내려온다.

9. 나무꾼은 선녀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한다.

10.나무꾼은 행복한 생활에 방심한 나머지 아이 셋을 낳기 전엔 날개옷을 절대 돌려주지 말라던 사슴의 경고를 잊어버리고 날개옷을 돌려준다.

11.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12.아이 둘도 어머니가 내려 준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두레박의 정원 2명)

13.나무꾼은 후회하며 슬피 운다.

 

 위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가 바로 스토리라면 플롯은 영화에서 실제로 보여주는 줄거리입니다. 영화 속에선 1번부터 차례로 13번까지 시간 순으로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2번이나 3번 혹은 6번에서 첫 장면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영화에선 1번부터 13번 어떤 장면에서라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영화의 시작을 13번의 후회하며 울고 있는 나무꾼 얼굴에서 시작해 거꾸로 회상을 통해 1번이나 2번으로 갈 수도 있고 다시 13번으로 왔다가 4번 5번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3,4,5번 이야기는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나무꾼이 선녀들이 나누는 말을 엿듣고 안다든지 아니면 사슴 대신 산신령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생략이나 변형을 줄 수도 있습니다. 나무꾼이 선녀에게 권태를 느껴 구박한다거나 하늘나라에서 있었던 선녀에 대한 숨어있는 이야기를 더 할 수도 있고 말이죠. 결국 스토리란 영화에서 보여주든 아니든 관객들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모든 줄거리라면 플롯은 그 줄거리를 쪼개고 생략하고 이어붙이고 섞어놓고 변형한 결과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구성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를 가장 유효적절한 플롯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적절하다면, 우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아도 좋습니다만 작가는 플롯의 구성을 통해서 자신만의 이야기 감각을 뽐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빈곳이 많은 정보를 그럴 듯하게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위 얘기를 시간 순으로 말하지 않거나 여러 부분을 생략해도 다 위 스토리 그대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잘 이용하면 이야기를 매우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훨씬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나만의 감각으로 전달하는 능력, 그것이 곧 구성입니다. 플롯의 힘을 이용해 이야기 전달의 감각을 키우는 일은 부단한 습작뿐입니다.

 

 자, 이제 자신이 떠올린 이야기를 위와 같이 일단 시간 순으로 정리해 적어 보시고 그걸 바탕으로 다시 한 번 플롯을 짜 보십시오. 독서카드나 포스트잇 등에 각 스토리를 적어 늘어놓고 순서를 적절히 바꿔보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버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나만의 플롯을 짜낼 수 있어야 합니다. 단, 이 때 지나치게 플롯을 복잡하게 짜거나 지나치게 단순하게 짜 원래 생각했던 스토리가 전달되지 않는 일은 없도록 유념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원래 내가 말하고자 했던 스토리라는 걸 잊지 마십시오. 플롯의 구체적인 종류와 용도, 구성방법에 대해선 나중에 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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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아...그렇군 2012/01/17 21:53 # 삭제 답글

    귀중한 정보 정말로 감사합니다.^^
  • 심술보 2012/01/18 08:58 #

    읽고 답글 남겨주시니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 초심자 2012/04/02 19:4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 좋은글 앞에서부터 정독하면서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구성해나가고있습니다.
    등장인물읠 정리하고 어느정도의 윤곽이 잡혔는데 ..
    이번 편에서 해야할 스토리와 플롯말입니다만,
    영화의 모든 사건과 내용을 다 짜야하나요.
    아니면 전체적인 윤곽과 큰 사건을 짜야하나요 ?
    사실 지금은 기승전결이라고 해야할까요. 그정도의 큼직큼직한 사건들만 구성해놓은 상태인데
    이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을까요 ?
  • 심술보 2012/04/02 20:32 #

    반갑고 고맙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생각하셨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큰 뼈대에 점점 살을 붙이고 필요하면 구성을 달리하며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야죠. 다음 편이 시놉시스 쓰기입니다.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해서는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시놉시스를 써 보세요. 쓰다 보면 이상한 부분이 보이고 어디서부터 바꾸고 살을 붙일 지 보이실 겁니다.
  • djlee88 2013/07/02 16:41 # 삭제 답글

    "플롯의 구체적인 종류와 용도, 구성방법에 대해선 나중에 더 살펴보겠습니다."

    많이 바쁘시겠지만, 이 부분이 무척 궁금한데 한번 다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수고하세요.
  • 심술보 2013/07/03 09:21 #

    죄송합니다. 게으른데다 의지가 약해 용두사미가 되었네요.
    조만간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삼숙이 엄마 2017/06/20 17:28 # 삭제 답글

    좋을 글 감사합니다.^^
  • 심술보 2017/06/22 14:01 #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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