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즐거움 누구나 남 다른 인생

어제는 두 달 만에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모든 수치가 양호했다. 특기할 만한 일은 체중이 두 달 전에 비해 4kg 줄어 적정체중이 되었고 간수치가 전부 반으로 떨어졌다. 체중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줄었다. 최근엔 전보다 더 많이 먹는데 그런 결과가 나왔다. 체중은 줄었지만 몸은 더 단단해졌고 허벅지는 오히려 더 굵어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혈색이 참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다 운동 덕분이다. 정확하게는 탁구 덕분이다.

 

탁구 치러 다시 나간 지 두 달 반 되었다. 대개 평일 오후 4시부터 630분까지는 탁구장에서 산다. 처음 30분은 슬슬 몸을 풀고 두 시간 정도는 집중해서 친다. 물론 힘들면 중간 중간 휴식한다. 게임은 멤버가 부족할 때만 복식으로 몇 세트 하고 대부분 그냥 포핸드 롱 스트로크 랠리다. 사람 가리지 않고 아무나 같이 친다. 완전초보와도 기꺼이 친다. 대신 누구와 치든 자세를 제대로 잡고 집중해서 정확하게 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초보와 쳐도 땀이 쫙 난다.

 

초보들 공은 구질, 방향, 세기가 제각각이다. 그걸 최대한 정확하게 받으려고 집중한다. 발을 많이 움직이고 정확한 스윙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무릎을 꼭 굽히고 가슴과 허리를 펴고 어깨 힘 빼는데 신경을 쓴다. 초보들은 당연히 나랑 치는 걸 좋아한다. 편하게 칠 수 있도록 공도 일정하게 넘겨줄 뿐만 아니라 폼이 좋아서 따라 치기 좋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것 같아 따로 조언을 하진 않는데 그냥 함께 치면서 보고 배우는 게 있나보다. 거짓말 좀 보태 초보들이 나랑 치고 싶어 줄을 선다. 재미도 없는 자기들과 쳐준다고 정말 고마워하는데 사실은 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내 자세와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져 희열을 맛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덕분인지 사상 최고로 더웠다는 올 여름은 별로 더운 줄 모르고 넘어갔다. 밤에 잠도 잘 오고 소화도 잘 된다. 가을엔 나도 모르게 우울해지곤 했는데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 딱 하나 문제는 탁구치고 나면 녹초가 돼 아무것도 못한다는 점이다. 샤워하고 저녁 먹고 나면 그냥 뻗는다. 편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스포츠 중계나 탁구동영상을 보며 지낸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이 팍 줄었다. 그렇다고 탁구를 줄일 수는 없다. 하루 쉬면 바로 몸이 찌뿌등하다. 운동 많이 하는 사람들 얘기가 처음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활력과 여유가 생길 거라고 한다. 그래서 일단 당분간은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인류는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털이 없는 매끈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털이 많은 유인원 종류와도 또 다르다. 왜 털이 없을까? 여러 학설이 있지만 체온조절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털이 있는 짐승들은 대부분 모낭과 땀샘이 같이 있는데 인간의 피부는 모낭 이외에도 피부표면에 땀샘이 따로 골고루 분포해 있다고 한다. 인류가 주로 뜨거운 태양 아래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는 생존방식을 통해 진화해왔기 때문에 체온조절의 필요성이 중요해져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훨씬 땀을 많이 흘린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몹쓸 병이 들기 전 십 년 정도 땀을 안 흘리고 살았다. 하루 종일 앉아서 운동 안 하니 땀 흘릴 일이 없었다. 완벽히 자연을 거스르는 생활방식을 가졌던 셈이다. 그러니 면역이상이라는 원인불명의 불치병이 생기게 된 게 아닐까! 그것이 간 이식이라는 고통으로 이어졌다. 하루 종일 탁구 하나만 겨우 하는 일상이지만 이게 몸에는 제대로 된 삶의 방식이 아닌가 싶다. 밥을 벌기 위해 땀을 흘리면 더 좋겠지만 도시에 사는 책상물림에겐 무망한 일이다. 운동이라도 해서 땀을 흘리니 몸과 마음이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러다 보면 밥을 벌 힘도 생기겠지! 땀 흘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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