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다 누구나 남 다른 인생

수술 이후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거울로 보면 내가 봐도 확실히 혈색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몇 가지 증세들이 있다. 우선, 발등 저림 현상. 수술 후 발등에서부터 정강이까지가 심하게 저린다. 이식환자들은 누구나 그런 증세가 있다는데 별 다른 치료법이 없단다. 그냥 시간 지나면 좋아진다는 얘기뿐.

 

물론 많이 좋아지긴 했다. 처음엔 밤에 잠을 잘 못 잘 정도로 괴로웠는데 지금은 의식하지 않으면 잘 못 느낄 정도니! 그렇지만 증세가 사라진 건 아니다. 잘 관찰해 보면 저림 증세는 그대로인데 다만 통증에 익숙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도 어쩌다 한밤에 발등이 저려 깨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약간의 배변장애. 평소엔 괜찮다가도 아무 전조 없이 느닷없이 대소변을 참지 못할 때가 있다. 설사나 변비는 아닌데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삼시 세끼 약을 먹다보니 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당뇨 때문에 가능한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먹으려고 해서 그런지 원인은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도 위나 장 상태는 양호하다고 한다. 사실 일상 중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주위에 화장실만 있으면 안심이다.

 

문제는 먼 길을 나서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그런 상황이 생기면 상당히 곤란하다. 주위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없으면 거의 죽음이다. 기차는 조금 낫지만 장거리를 버스로 갈 땐 조마조마하다. 지난여름에는 고속버스로 올라오다가 휴게소가 아닌 곳에서 기사님께 사정사정해 버스를 세우는 일도 있었다. 이것 때문에 좋아하던 산행이나 트레킹, 장거리 여행을 꺼리게 된다. 아쉽다.

 

그밖에도 자질구레한 작은 증상들이 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딱 한 가지만 빼고! 손발이 너무 차다. 나는 원래 겨울에도 손발이 뜨끈뜨끈했는데 병을 얻은 후론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수술 이후에도 여전히 그렇다. 피돌기가 원활하지 못해서 그렇지 싶다. 추위도 많이 탄다. 어릴 땐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했는데 이젠 싫다. 날씨가 추워지니 외출하기가 두렵다. 누굴 만나기라도 하면 악수할 때마다 미안하다. 손이 너무 차서 맞잡은 사람이 깜짝 놀란다.

 

이 모든 증세 때문에라도 매일 탁구 치는 걸 멈출 수 없다. 탁구장에서 땀을 쫙 흘리고 나면 확실히 모든 증세가 호전된다. 탁구 친 밤엔 추위도 덜 타고 손발도 따뜻하고 중간에 안 깨고 잠도 잘 잔다. 아쉬운 건 약발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거다. 하루만 쉬어도 그 다음 날이 힘들다. 그러니 죽자 사자, 아니 살자 살자(?) 탁구만 친다. 딴 일은 안 한다. 책도 안 읽고 글도 안 쓴다. 그래도 하루가 후딱 간다. 요즘 완전히 탁구에 미쳐있다. 살려고 탁구를 치는지 탁구를 치기 위해 사는지 헷갈릴 정도다.

 

문득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다. 뭔가 해야 되는데 하고 조바심이 생기기도 한다. 읽으려고 쌓아 놓은 책들과 쓰기로 계획했던 글들을 떠올리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다가도 때만 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탁구장으로 향한다. 탁구공에 집중하는 시간이 즐겁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진다. 작고 흰 공에만 집중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지면서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그냥 단순한 랠리만 해도 그렇다. 탁구 치는 동안은 정말이지 행복하다. 탁구가 좋다. 아니 사랑한다. 연애할 때 이후로 오랜 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그런데 탁구는 나한테 눈길 한 번 안 준다. 탁구 실력 참 지지리도 안 는다. 우리 연애는 거의 진전이 없다.^^;

 

올해도 이제 겨우 한 달 정도 남았다. 올해 한 일이라곤 탁구 친 거밖에 없는 것 같다. 하긴 연애할 때도 그랬었다. 오로지 한 사람 생각만 하고 지냈었지! 어쩌면 하나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선 모든 걸 바쳐야 하는 법인가보다. 탁구가 어서 내 사랑을 받아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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